[독서신문]성함도 알지 못하는 선생님께 이 편지를 쓰는 무례함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56년 전 그때 제 나이 열일곱 살일 때인 어느 해 가을 ㅇㅇ마을 시장의 싸전 부근에서 돈 20원을 길거리에서 주어 제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잠시 후 그 잃어버린 돈을 찾아 헤매는 부부를 보고서도 저는 ‘내가 주은 돈인데…’라며 그 부부의 애절한 마음을 애써 모른 체하며 억지로 태연한 척 집으로 왔던 나쁜 사람입니다.
이제 제 나이 76세에 다다르고 또한 이 땅에 머무를 시간이 그리 머지 않는 이때에 지나간 세월의 쌓이고 쌓인 연륜을 돌아보며 귀천(歸天)의 시간을 기다리면서 잘한 일, 좋은 일도 많이 있지만 이 일이 매우 마음에 걸려왔습니다. 나중에 사후 세상에 가서 하나님께서 이 일에 대하여 물으신다면 제가 무슨 말로 대답하겠습니까? 귀천의 시간은 다가오고 해결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으니 저 일이 나를 괴롭힌 기간은 매우 오래이며 어떻게든 매듭을 지어야 하겠는데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으며 또한 해결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또 젊었을 때 이러한 일을 하면 ‘무슨 욕심이 있어 그렇구나’하며 저의 변변치 못한 사죄의 정성도 희석될까 우려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궁리하던 차에 다행히도 그 분들의 당시 잃어버린 액수와 그 애절했던 마음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저의 큰 죄를 만분의 일이라도 용서를 빌기 위하여 이번에 제가 200만원을 준비하여 선생님께 드리고 아래와 같이 부탁을 드리려고 합니다. 어렵고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이 학교의 현재 재학생 중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몇 명에게 선생님 뜻에 따라 이 돈을 사용하여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교장 선생님, 이렇게 한다 하여 제 잘못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분들께는 항상 송구하고 미안하며 저는 항상 이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한번 진 죄는 참으로 저를 계속해서 따라옵니다.
후학들에게도 혹시 기회가 있다면 선생님께서 “한번 진 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말을 전해주시어 학생들이 정직한 사회인으로 자라게 해주신다면 더더욱 감사하겠습니다. 교장 선생님, 저의 이러한 부탁을 선생님께서는 들어주시리라 믿고 제 이야기만 썼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저의 청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 2014. 10. 2. ㅇㅇ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잊지 못하는 사람
이날 오전 10시반경 저는 아내와 아들은 승용차에서 기다리라 하고 혼자 교장 선생님을 만나 편지와 돈을 전달하였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발전팀장을 불러 그 편지와 돈을 접수하였고, “마침 학교의 음악 동아리 행사에 참가비가 없어 탈락된 학생들이 있는데 이 돈을 그 어린이들을 위하여 사용하면 되겠다”고 하시기에 저는 “선생님께서 좋으신 대로 사용하시라”고 하고 녹차를 대접받고 학교를 나왔습니다. 저는 오늘 너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행복편지’ 발행인 박시호는?
○대전 출생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동국대 법무대학원 문화예술법 석사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이사장 역임
○세종나눔봉사대상 수상(2010)
○현 행복경영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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