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8.

아빠 잃은 조카




'박시호의 행복편지' _ <32> 아빠 잃은 조카

[독서신문] 저는 삼남매의 맏입니다. 제 밑으로 다섯 살 어린 여동생은 미국 LA에서 살고 있고, 여덟 살 어린 남동생은 평촌 인근에 살고 있었죠. 어려서부터 우리 삼남매는 참으로 가깝게 지냈습니다. 내 것 네 것 없이 서로가 필요하면 주고받고 그리고 아무 이야기하지 않아도 서로 눈빛으로 모든 이야기를 다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래도 어릴 적 정들이 남아 있어 자주 만나고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저보다 여덟 살 어린 남동생은 치과 기공소를 차려 운영하고 있었는데, 경영이 조금은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그럭저럭 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저는 다른 누구로부터 동생이 지난 3년여간 운영이 어려워 몇 억원의 빚을 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동생은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집을 팔아 자기의 빚을 갚게 해달라고 몇 번이나 부모님께 이야기하는 것을 저는 야단을 쳤습니다. 이것은 서로가 망하는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마음이 여린 동생은 자기의 집을 팔고 더 이상 구할 돈도 없어 기공소에서 잠을 자며 자구책을 강구했는데도 해결책이 없으니 결국 자기 차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을 했습니다. 저는 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고 화장을 해서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치하고 돌아왔습니다.

지아비를 잃은 제수와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얼마나 허망하겠습니까? 이 못난 형은 내내 울고 있습니다. 덩치만 큰 조카가 너무 생각이 나서 입니다. 아빠가 스스로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은 못하고 교통사고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조카 녀석이 "아빠가 운전을 얼마나 잘하는데 아빠 차 좀 보자"고. "어디서 사고가 난거냐"고….

그런 조카의 모습을 보면서 장사 치르는 내내 이 형은 참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동생이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도움을 요청한 동생을 뿌리친 죄 때문에.

전 애비 없는 조카가 셋이 되었습니다. 미국에 이민 가서 사는 여동생도 10년 전에 남편을 병사로 잃었거든요. 그때도 혼자된 여동생이 남은 생을 어찌 사나 걱정이 돼서 엄청 울었는데 이번엔 남동생이 하늘나라로 갔으니…. 여동생한테 사내 조카 둘, 남동생한테 사내 조카 하나 이렇게 셋이 남겨졌습니다. 제 인생이 왜 이렇게 박복한 건지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지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우리를 덮치는 변수야 우리가 불가항력이더라도, 행복은 어디에서 있을 수 있다고 저는 모든 상황에 '행복'의 의미를 부여해봅니다. 조카들은 나에게 축복이라고…. 나에게는 새로운 아들인 조카들에게 훌륭한 아버지가 되어 더 행복하게 함께 살겠노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행복편지’ 발행인 박시호는?
○대전 출생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동국대 법무대학원 문화예술법 석사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이사장 역임
○세종나눔봉사대상 수상(2010)
○현 행복경영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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