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사회'는 양극화 영원히 해결할 수 없어
김연주 기자
입력 : 2011.08.10 03:03 | 수정 : 2011.08.10 08:39
박 이사장은 "학생들의 눈빛에서 어떤 열기도 느낄 수 없었다"며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이렇게 절망에 빠져 있으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꿈과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고 강의를 마쳤다.
박 전 이사장은 그 대학교수와 이 문제를 이야기했다.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도 의욕이 없고, '이 학교 나와봤자 성공이나 하겠나'라는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놀랍게도 서울시내의 중상위권 종합대학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명문대로 분류되는 일부 대학 출신이 아니면 대기업 등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자괴감이 팽배해 있다. 1% 남짓한 세칭 일류대생만 빼고 99%에 달하는 젊은이들이 '패자'의 불행, '2류'라는 열패감에 빠져 있는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받은 이들은 자신이 가진 잠재력마저 스스로 위축시키고 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자조(自嘲)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극한 경쟁의 자본주의 3.0(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쳐 오면서 '1등 지상주의'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고도성장이 끝나 인재들이 진출할 자리가 예전처럼 늘어나지 않으면서 폐해는 더 커지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한국의 교육과 인재 양성, 채용의 선순환(善循環) 구조가 깨졌다고 진단했다. OECD는 한국이 경제개발을 시작한 1960년부터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까지 수출중심 개발 전략으로 얻어진 고성장의 과실이 국민 전체로 확산되고, 이것이 교육 투자로 이어져 양질의 인재를 산업현장으로 보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1998년 이후 자본주의 3.0의 극한경쟁이 더욱 심화돼 비정규직 채용이 급증하면서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1등' 이외에는 낙오자로 전락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사교육비도 급증해 사교육비를 지출하기 어려운 사람은 2세 교육에서도 낙오하고, 빈곤이 대물림되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들게 됐다는 것이다.
다양성은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 서울 성북구 사립고에 다니는 김모(17)군은 "전자기타를 배우겠다"고 엄마에게 말했다가 "내가 너 딴따라 시키려고 지금까지 공부시켰느냐"는 야단만 맞았다. 김군은 "혼나지 않으려고 영어·수학·논술학원을 다니지만 정말 죽고 싶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건국대 오성삼 교수는 "한 줄 세우기로 다양성을 말살하고 젊은이들에게 패배감을 주는 '1등만 기억하는 사회'는 양극화를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수능 점수 몇 점 차이로 달게 된 '이류·삼류'라는 꼬리표는 취업과 직장까지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수도권 한 사립대를 졸업한 김모(25)씨는 올해 초 에너지 관련 회사에 입사했지만, 한 달 만에 그만뒀다. 대부분 일류대 출신인 동기들은 김씨를 따돌렸고, 회사는 김씨가 의견을 내도 무시했다. 한 간부는 인사 관련 면담을 하면서 "어떻게 우리 회사에 들어왔느냐"고 노골적으로 묻기도 했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은 모든 대학이 서울대처럼 종합대학만을 지향하기 때문에 졸업해도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앞으로 이런 대학 수는 결국 줄어들 것이며, 4년제 대학의 3분의 2(현재 기준 200개 중 약 130개)는 산업, 인문, 예술 등으로 특성화한 최우수 대학으로 키워야 개인도 발전하고 국가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오성삼 교수는 "한 줄 세우기로 다양성을 말살하고 젊은이들에게 패배감을 주는 '1등만 기억하는 사회'는 양극화를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수능 점수 몇 점 차이로 달게 된 '이류·삼류'라는 꼬리표는 취업과 직장까지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수도권 한 사립대를 졸업한 김모(25)씨는 올해 초 에너지 관련 회사에 입사했지만, 한 달 만에 그만뒀다. 대부분 일류대 출신인 동기들은 김씨를 따돌렸고, 회사는 김씨가 의견을 내도 무시했다. 한 간부는 인사 관련 면담을 하면서 "어떻게 우리 회사에 들어왔느냐"고 노골적으로 묻기도 했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은 모든 대학이 서울대처럼 종합대학만을 지향하기 때문에 졸업해도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앞으로 이런 대학 수는 결국 줄어들 것이며, 4년제 대학의 3분의 2(현재 기준 200개 중 약 130개)는 산업, 인문, 예술 등으로 특성화한 최우수 대학으로 키워야 개인도 발전하고 국가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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