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5.

어느 며느리의 편지

‘박시호의 행복편지’ _ <11>어느 며느리의 편지
 
독서신문 
[독서신문] 결혼해서 1년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은 혼자 살고 계시는 아버님을 모시자고 하였습니다. 남편은 “위의 형님은 우리보다 잘 살고 있지만 ‘아버님을 모시지 않겠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우리가 모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과 매일 싸웠어요. 그런데 하루는 남편이 술을 마시고 울면서 말을 하더군요. “다른 것은 하자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이번 부탁만은 들어달라”고.

남편은 어릴 적 엄청 사고뭉치로 수없이 일을 저질러서 그때마다 아버님께서 뒷수습하러 다니셨다고 합니다. 또 트럭에 받힐 뻔할 때도 아버님이 대신 부딪혀 지금도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있는데, 그 몸으로 평생을 막노동하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셨답니다.

간신히 모은 재산이라고는 조그마한 집 한 채였는데, 그것마저도 아주버님이랑 남편 결혼할 때 집 장만 해주려고 팔아서 지금은 전세를 살고 계시는데 어머님까지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파 못 견디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저도 홀로 사는 친정아버지가 생각나서 모시기로 했는데, 아버님은 “짐만 되고 눈치 보인다”면서 오지 않으시려고 자꾸 거절하셨습니다.

결국 힘들게 모시고 와서 함께 살고 있는데 늘 식사가 끝나면 바로 들고 가셔서 설거지도 하고 걸레질도 하시는데 하지 말라고 몇 번 말씀 드리고 뺏어도 봤지만 이 못난 며느리 눈치 보시느라고 그렇게 행동하니 오히려 저는 더 죄송할 때가 많습니다.

어제 저는 펑펑 울었어요. 한 달 전쯤부터 아버님은 아침에 나가시면 저녁때 쯤 들어오시는데 어디 놀러 가시는 것 같아 용돈을 드려도 받으시지도 않고 웃으면서 “다녀올게~” 하시면서 나가셨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아래층 아주머니께서 저에게 “오다가 이 집 할아버지 봤는데 유모차에 박스 실어서 가던데…. 왜 그런 일을 시켜?”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버님은 폐지를 주우시는 일을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너무 죄송해서 엉엉 울면서 밖으로 나가 아버님을 찾아 이리저리 다녀보았지만 안 보이시더라고요. 제가 바보였어요. 며칠 전부터 아버님께서 저 먹으라고 봉지에 들려주시던 과일과 과자들이 아버님께서 어떻게 일해서 사 오신 것인지를 진작 알았어야 하는데….

밤늦게 들어오신 아버님께 “이젠 그런 일 안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며 미안해 얼굴도 못 드시는 것을 보면서 제 눈물은 멈추지 않았어요. 어제 저는 처음으로 아버님 손을 만져 봤어요. 심하게 갈라진 손등과 굳은살 베인 손, 부서질 것만 같이 축 쳐진 왜소한 어깨, 주름진 얼굴과 거칠어진 피부를 보면서 평생을 자식들 뒷바라지하시느라 고생만 하시며 살아오신 아버님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저는 아버님께 말했어요. “제 평생 아버님 정말 친아버지처럼 모시고 살겠으니 불편해 하지 마시고 친딸처럼 대해 달라”고. 그리고 “제 눈치 안 보셔도 된다”고. 제가 그렇게 나쁜 며느리 아니잖아요. 아버님의 힘드신 희생이 없으셨다면 지금의 남편도 없잖아요. 그리고 지금의 저와 뱃속의 사랑스러운 손자도 없고요. 저 아버님 싫어하지 않고 정말 사랑해요, 아버님~. 그러니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셔야 돼요. 그리고 두 번 다시 그렇게 일 안 하셔도 돼요. 저 허리띠 조여 매고 알뜰하게 살게요. 사랑해요, 아버님~.


행복편지’ 발행인 박시호는?○대전 출생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동국대 법무대학원 문화예술법 석사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이사장 역임
○세종나눔봉사대상 수상(2010)
○현 행복경영연구소 이사장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 감동시킨 일본인 며느리

마음 속 깊이 감동을 느낀 지 가 얼마나 되었는지요? 아니면 남에게 진한 감동을 준 적은 언제였는지요? 감동을 많이 느끼거나 감동을 많이 주는 일이 행복한 일인데 그런 일들을 많이 만드는 하루 만듭시다. 행복하세요. https://youtu.b...